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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진여신전생 지식은 제가 알고 있는 여신전생 시리즈의 지식에 대해 쓰는 곳입니다.
각 시리즈에 대한 스토리를 여과 없이 발설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으니 '미리 아는 것은 싫다' 는 분들은 읽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아틀라스사의 개발자가 아닌 팬의 한 명으로서, 제가 쓴 글엔 정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적당히 거를 것은 걸러 가며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번에는 여신전생 시리즈에 ‘매우’ 자주 등장하는 히노카구츠치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히노카구츠치는 일본 신화에 등장하는 불의 신으로, 고사기라는 서적에 언급된다고 하는군요. 히노카구츠치 또는 카구츠치라 불립니다.
여신전생 시리즈 전반에 걸쳐 은근히 여기저기서 등장하며, 유명한 ‘유희왕’을 비롯해 다른 매체나 작품에서도 간간히 등장하더군요.
여신전생 시리즈에서 히노카구츠치는 주로 검으로 등장합니다. 최초의 게임 작품인 DDS 여신전생에서 최강검으로. 후속편인 여신전생2에서도 검. 진여신전생1, 2에서도 강력한 합체검으로 등장하지요. 진여신전생if...에서 최강검의 자리를 되찾았다가, 소울해커즈에서 오랜만에 비검 히노카구츠치라는 이름의 전체공격검으로 등장합니다. 써 먹기는 조금 힘들지만 말이죠... 이후 NINE에서도 등장하지만 이전 시리즈들만큼의 위력은 없었습니다. 에, 데빌칠드런에서도 등장하죠.
히노카구츠치는 소설 디지털 데빌 스토리 여신전생에서 주인공인 나카지마가 검으로 소환해 냈지요. 그래서 아마, 마치 전통처럼 이후 시리즈에서 검 형태로 등장했다고 여겨집니다.
히노카구츠치를 검으로 등장시킨 배경은 아마 히노카구츠치의 신화에 관련되어 있지 않나 합니다. 히노카구츠치는 일본의 창세신인 이자나기와 이자나미의 마지막 아이로, 이자나미는 히노카구츠치를 낳다가 불에 타는 바람에 죽게 되고, 분노한 이자나기가 칼로 베어서 히노카구츠치를 죽인다고 합니다.
디지털 데빌 스토리 여신전생의 주인공인 나카지마와 유미코는 각각 이자나기, 이자나미의 환생이라는 설정이지요. 그러니까 위에 언급한 신화에서 이자나미, 이자나기, 불의 신, 검 등의 키워드를 통해 히노카구츠치를 불의 검으로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하고 추측합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추측이니, 원작자의 생각과는 다를 가능성이 높아요;; 하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을까 합니다.
어쨌든 이렇게 상당히 멋있는 무기로 등장한 히노카구츠치는 이후 시리즈에서, 원작의 영향을 느낄 수 있는 요소로서 정착되게 됩니다. 검으로 등장한 작품은 위에서 언급하였지요. 간간히 다른 작품에서도 무기 형태로 등장하는 게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여신전생의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검으로만 등장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검으로 등장할 때 워낙 위력이 좋고 해서 검 쪽이 더 친숙하게 느껴질 뿐, 진여신전생1부터는 당당히 동료마 중 하나로 등장하지요. 스토리에는 전혀 관련하지 않았지만 말이죠. 진여신전생2에서는 일본의 신인 천진신과 국진신들에 관한 에피소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히노카구츠치는 스토리에 관련하지 않았습니다. 동료마로서의 성능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다고 평가하고 싶네요.
하지만 히노카구츠치도 드디어 스토리와 ‘제대로’ 연관되어서 등장합니다. 그것도 라스트보스로 말이죠. 여신전생 시리즈에서 항상 중요한 시스템으로 존재하던 ‘달’의 역할을 대신하는 존재로 진여신전생3 녹턴에 등장하지요. 언제나 주인공의 머리 위를 비추고 있던 카구츠치는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에 녹턴의 최종보스로 등장합니다. 아, 루트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지만 말이죠.
카구츠치를 내세운 것에 대해 굳이 분석한다고 하면, 카구츠치 자체가 일본의 신이므로 역시 여신전생이란 작품 자체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일본 신화에서 찾아야겠지요. 또 녹턴이라는 작품 자체가 ‘새로운 시대가 만들어지기 전의 혼돈’ 을 무대로 하고 있으므로,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즉, 일본신화 태초의 혼돈 속에서 이자나기와 이자나미에 의해 신들이 탄생하며 창세가 이루어지며, 카구츠치는 그 마지막 산물이라 할 수 있으므로, 이 부분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라 보여집니다.
사실 카구츠치를 최종 보스로 한 것이 녹턴의 스토리에 좋은 영향을 끼쳤다고는 판단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녹턴 스토리의 절정은 새로운 세상의 창조, 혹은 원래 있던 세상(또는 그와 유사한 세상)으로 돌아가려는 주인공과 그에 반하는 치아키, 이사무, 히카와의 코토와리들이 최종 대결을 펼치는 부분이지요. 훌륭한 연출과 함께 친구들의 목숨을 자기 손으로 끊는 비장함과 그 후의 허무감도 잘 표현되어 있는 부분으로, 실로 마지막에 어울리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보스로 등장한 카구츠치의 경우는 반드시 넘어야 할 벽이라는 느낌보다 ‘날아오는 불꽃은 털어낼 수밖에’ 라는 느낌의 위치에 있습니다.
이유는 녹턴의 스토리에서 카구츠치와 싸워야 한다는 필요성이 마지막 전투 직전까지 극중에서 플레이어가 인식할 만큼 제대로 언급된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전에 녹턴을 클리어하신 분도 그때의 스토리를 다시금 떠올리려고 해 보면 ‘어, 그러고 보니 카구츠치와 왜 싸운 거지?’ 라고 생각되시는 분들이 많을 거라고 짐작합니다. 이건 기억력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 게임에서도 최종 전투의 배경이 플레이어에게 제대로 와 닿지 않게 되어 있었기 때문이지요.
후에 매니악스에서 유일신의 존재를 언급하며, 유일신의 창세용 도구로서 카구츠치의 존재 의의를 설명해서, 악마가 된 주인공과 전투하는데 대한 개연성을 불어넣어 주긴 했습니다만, 매니악스 자체는 그 성격상 녹턴 팬을 위해 추가된 내용이라는 느낌이 너무 강하며 원 일본 신화와도 거의 관계 짓기 힘든 수준까지 비약된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좋게 평가하지 않습니다. 그나마도 설명하는 대사가 플레이어가 알기 쉽게 이야기하는 게 아니고 모호한 편이라, 이해하지 않고 대충 넘겨버리는 플레이어도 많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추측하건대 제작진은 거의 십년만에 진여신전생3라는 네임이 붙은 이 작품의 마지막 보스에 상당히 신경을 쓰며, 마지막에는 어떤 루트를 타던지 공통적으로 강한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위상 높은 자를 내세우려고 했었고, 그러던 와중에 카구츠치를 최종보스로 낙점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여신전생 거의 전 시리즈에 등장하였으나 결코 존재감이 크다고 하기는 힘들었던 히노카구츠치도, 드디어 녹턴에서 빛을 본 셈이 되겠지요. ......안타깝게도 ‘샌드백’이니, ‘주인공의 대미지 실험대’ 라는 소리를 듣는 신세가 되어 버리긴 했지만 말이죠.;;;
P.S.
녹턴의 마지막 부분은 진여신전생1의 최종 결전인 카테드랄 전투를 연상시킵니다. 자신과 반하는 사상을 가진 자들을 쓰러뜨리고, 다른 길을 걷게 된 친구들과 목숨을 건 싸움을 하지요. 아, 히카와 아저씨 빼고.
P.S.2
개인적으로는 녹턴을 플레이하면서, 마지막에 주인공이 선택한 코토와리에 따라 마지막 보스가 변하는 식으로 되었으면 했습니다. 진여신전생1 처럼 말이죠. 위에서 마지막 보스의 위상에 대해 언급했는데, 그러니까 마지막 보스는 그 코토와리의 신이 직접 등장하는 걸로 했으면 더 좋았지 않을까 하는 거지요. 예를 들면 치아키를 마지막 적으로 돌렸을 때는 치아키를 쓰러뜨린 후 바알 본체가 직접 나온다거나, 히카와 경우는 마지막에 히카와를 머리에 박아 놓지 않은 아리만이나 아니면 아후라 마즈다 본인이 마지막 상대로 나온다거나 하도록 말이죠. 그냥 잡담입니다.
P.S.3
히노카구츠치의 무기 형태는 일러스트로 90년대 초에 공개되었습니다. 그 전이나 그 후의 모양은 따로 설정이 있는지 제가 확인하지는 못했습니다.
일단 모양은 칠지도와 비슷한 형태로 각 끝부분이 화염방사기 같은 형태로 되어 있어서 거기서 불을 방출하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전반적인 느낌은 SF적 기계화 무기 같은 느낌으로 검날로 베는 무기라기보다 방출되는 화염을 레이저 검처럼 이용하는 무기라고 여겨집니다.
P.S.4
쓰고 보니 히노카구츠치는 진여신1이나 2에서 등장한 동료마 버전을 제외하면 검이든 보스든 완전 창작으로 봐도 되겠네요. 물론 여신전생에 등장하는 다른 요소들에 비해서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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